코드를 짜다 보면 어느 순간 Claude가 조금씩 느려지는 걸 느낀다. 답변이 이상해지거나, "이전에 말씀하신 것처럼..."이라며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은 순간. 그리고 결국 화면 위 어딘가에 조용히 경고가 뜬다. 컨텍스트 창이 가득 찼다고.
처음엔 단순히 "세션이 너무 길었나보다" 하고 넘겼다. 그런데 짧게 작업했을 때도 금방 차오르는 날이 있었다. 이유가 뭔지 궁금해서 파고들었고, 생각보다 구조적인 문제들이 숨어 있었다.
컨텍스트 창은 AI의 작업 기억이다
사람도 동시에 너무 많은 것을 머릿속에 올려두면 집중력이 떨어진다. Claude의 컨텍스트 창도 비슷하다. 대화 전체, 읽은 파일 내용, 시스템 설정, 플러그인 명세 — 이 모든 것이 Claude의 "지금 이 순간 작업 기억"에 올라간다. 이게 약 200,000 토큰(대략 책 한 권 분량)이 넘으면 오래된 내용부터 잘려나간다.
문제는 우리가 의도하지 않게 이 공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범 1: 플러그인 스킬이 불러오는 거대한 명세서
/spark log라는 간단한 명령 하나를 실행하면, Claude Code는 해당 플러그인의 전체 스킬 명세를 컨텍스트에 삽입한다. sparks 스킬 명세만 해도 수천 토큰이다. 거기다 1password 스킬, document-skills 등 여러 플러그인이 설치되어 있다면, 명령 한 번에 수만 토큰이 한꺼번에 쏟아져 들어온다.
그리고 이 내용은 세션이 끝날 때까지 계속 자리를 차지한다. 즉, 코딩을 하면서 중간에 로그 한 줄 남겼을 뿐인데, 그 순간부터 남은 세션 전체에서 sparks 스킬 명세가 공간을 잡아먹는 것이다.
주범 2: 모든 것을 담으려는 CLAUDE.md
프로젝트를 열 때마다 CLAUDE.md가 자동으로 통째로 로드된다. 잘 정리된 CLAUDE.md는 Claude가 프로젝트를 빠르게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여기에 아키텍처 개요, 환경변수 목록, 배포 커맨드, DB 마이그레이션 절차, 주의사항까지 전부 때려넣으면 — 코드 한 줄 고치는 작업에서도 배포 매뉴얼을 항상 들고 다니는 꼴이 된다.
실제로 코딩하는 시간의 80%는 배포 방법을 참조할 일이 없다. 하지만 그 내용은 항상 컨텍스트 창 어딘가에 앉아 있다.
주범 3: 파일 읽기 결과의 누적
작업 중에 IncomePage.tsx, ExpensePage.tsx, WeekMonthNav.tsx를 차례로 읽었다면, 이 세 파일의 내용이 모두 컨텍스트에 남는다. 각각 수백 줄이면 합산 수천 줄이 메모리를 잡아먹는 셈이다. 세션이 길어질수록 읽은 파일들이 쌓이고, 컨텍스트는 빠르게 포화 상태에 가까워진다.
해법의 방향: 필요한 것만, 필요할 때
문제를 정리하고 나면 해법은 단순하다. 컨텍스트에 올라오는 정보를 줄이거나, 올라와야 할 시점을 늦추면 된다.
세션을 목적별로 분리하는 것이 가장 빠른 효과를 낸다. 코딩 세션에서 /spark log를 쓰면 스킬 명세가 코딩 작업과 함께 컨텍스트에 쌓인다. 코딩이 끝난 후 새 세션을 열어 로그를 남기면 두 세션이 서로를 오염시키지 않는다. 짧은 세션 여러 개가 긴 세션 하나보다 훨씬 효율적이다.
CLAUDE.md를 핵심 요약본으로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매 세션 필요한 아키텍처 개요와 자주 쓰는 명령 몇 줄만 남기고, 나머지는 docs/deploy.md, docs/db.md 같은 별도 파일로 분리한다. Claude는 필요할 때만 그 파일을 읽고, 불필요할 때는 건드리지 않는다.
큰 파일은 필요한 부분만 읽도록 유도하는 것도 효과가 있다. "이 파일의 330~360번 줄을 봐줘"처럼 구체적인 범위를 지정하거나, CLAUDE.md에 "큰 파일은 관련 섹션만 먼저 파악하라"는 지시를 추가하면 Claude의 동작 방식이 달라진다.
작은 습관이 만드는 큰 차이
컨텍스트 창 최적화는 거창한 리팩토링이 아니다. 세션을 짧게 유지하고, 관련 없는 명령은 별도 세션으로 빼고, CLAUDE.md를 날씬하게 다듬는 것 — 이 세 가지 습관만으로 체감 속도가 달라진다.
AI와 함께 일하는 방식도 결국 협업이다. 상대방의 작업 기억에 무엇을 올려두고, 무엇은 나중에 꺼내쓸지를 의식하는 것. 그게 AI 시대 개발자의 새로운 리소스 관리 스킬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