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만들었나

기존 EcoNiPass 탄소 관리 플랫폼을 AI로 전환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됐다. Scope 3, GWP, CBAM, 温対法(온대법)... 코드는 읽을 수 있었지만 그 코드가 다루는 도메인을 몰랐다. AI 전환을 제대로 하려면 기존 시스템이 풀고 있는 문제부터 이해해야 했다.

시중에 탄소 배출 학습 자료는 많다. 하지만 대부분 영어이고, 일본 규제를 다루는 건 거의 없고, 무엇보다 개발자 관점으로 정리된 것이 없었다. 그래서 직접 만들기로 했다. 프로젝트에 빠르게 기여하기 위해, 내가 매일 쓸 학습 앱을.


무엇이 다른가

1. 파일 하나, 의존성 제로

index.html 하나에 CSS, JS가 전부 들어있다. React도 Tailwind도 없다. 브라우저에서 열면 바로 동작한다.

이게 단순함을 넘어 실용적인 이점이 된다. 배포는 CLI 한 줄(wrangler pages deploy .)이면 전 세계 CDN에 올라간다. Service Worker가 이 파일 하나만 캐싱하면 비행기 안에서도 학습할 수 있다. 의존성이 없으니 보안 취약점 패치도, 버전 충돌도 없다.

2. 일본어 전문 용어 발음 학습

탄소 관리를 하려면 일본어 규제 용어를 피할 수 없다. 205개 핵심 용어 전부에 일본어 MP3 발음 파일을 만들었다. 학습 중 용어를 탭하면 한자 위에 후리가나가 뜨고, 한국어 의미와 함께 원어민 발음이 자동 재생된다.

温室効果ガス(온실효과가스), 排出量取引(배출량거래), サステナビリティ(지속가능성) — 이런 용어들을 눈으로 읽는 것과 소리로 듣는 건 기억에 남는 정도가 다르다.

3. 과학적 반복 학습 (Leitner Box)

한 번 읽고 끝나는 학습은 일주일이면 사라진다. 이 앱은 Leitner Box 5단계 간격 반복을 퀴즈와 어휘 카드 양쪽에 적용한다.

맞힌 문제는 상자가 올라가고(1일 → 2일 → 4일 → 7일 → 14일), 틀린 문제는 1번 상자로 떨어진다. 앱이 "오늘 복습할 문제 12개"를 알아서 골라준다. 시험 전날 벼락치기가 아니라, 매일 5분씩 반복하는 구조다.

4. 어디서든 이어서 학습

설정에서 이메일만 입력하면 여러 디바이스가 자동으로 동기화된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모바일로 3개 섹션을 읽고, 점심시간에 PC에서 퀴즈를 풀면, 퇴근길에는 모바일에서 이어서 복습할 수 있다.

별도 회원가입이 없다. 서버도 DB도 없다. Cloudflare의 엣지 네트워크 위에서 동작하는 가벼운 동기화다.


핵심 기능

학습: 7개 챕터로 도메인을 구조화하다

커리큘럼은 실무에서 마주치는 순서대로 설계했다.

# 챕터 배우는 것
1 GHG 기초 온실가스 7종, GWP 개념, 탄소환산량 계산법
2 Scope 1/2/3 직접배출·간접배출·가치사슬 배출의 경계와 15개 카테고리
3 일본 규제 온대법, 에너지절약법, GX-ETS, SSBJ 기준
4 글로벌 규제 EU CBAM, SEC 공시, ISSB S2, CSRD
5 제품 CFP ISO 14067 기반 제품 카본풋프린트 산정
6 EcoNiPass 우리 플랫폼의 아키텍처와 차별점
7 시장 & 경쟁 글로벌·일본 시장 규모, 경쟁사 분석

각 챕터는 섹션 단위로 나뉜다. 섹션을 읽으면 완료 체크가 되고, 홈 화면에 진도율이 올라간다. 총 48개 섹션, 205개 핵심 용어, 70개 퀴즈 문제.

퀴즈: 틀려야 배운다

객관식과 O/X 문제를 풀면서 이해도를 확인한다. 핵심은 세 가지다.

오답 즉시 재도전 — 틀린 문제는 큐 끝에 다시 들어간다. 10문제 중 3개를 틀리면 13문제를 풀게 된다. 같은 문제를 두 번 마주치는 순간, 기억에 더 강하게 각인된다.

챕터별 이력 관리 — 퀴즈를 풀 때마다 점수와 날짜가 기록된다. 일주일 전 60%였던 챕터가 오늘 90%가 됐다면 성장이 눈에 보인다. 이 성장의 감각이 매일 앱을 여는 동기가 된다.

진행 상태 유지 — 챕터 3에서 5번째 문제까지 풀다가 챕터 1을 복습하러 갔다 와도, 챕터 3은 6번째 문제부터 이어서 풀 수 있다.

어휘: 플래시카드로 용어를 체화하다

챕터별 핵심 용어를 플래시카드로 학습한다. 카드가 나타나면 일본어 발음이 자동 재생되고, Space 키를 누르면 한국어 뜻과 설명이 뒤집힌다. 맞으면 1, 틀리면 2. 이것도 Leitner Box가 관리하니, 어려운 용어는 자주, 쉬운 용어는 가끔 나온다.

키보드 단축키(←→ 카드 이동, Space 의미 확인, 1/2 정오답)를 지원해서 PC에서는 마우스 없이 빠르게 돌릴 수 있다.

복습: 앱이 알아서 스케줄링한다

퀴즈에서 틀린 문제와 어휘 카드가 Leitner Box에 쌓인다. 복습 탭을 열면 오늘 기한이 된 카드들만 셔플되어 나온다. 3회 연속 틀린 문제에는 취약 태그가 붙는다. 인정하기 싫지만, 취약 문제가 진짜 내가 모르는 것이다.

하단 내비게이션의 복습 아이콘에 뱃지가 뜬다. "오늘 복습할 게 8개 있다"는 걸 앱을 열자마자 알 수 있다.

홈 대시보드: 열자마자 할 일을 안다

홈 화면에 4가지 통계가 한눈에 보인다.

  • 학습 진도 — 48개 섹션 중 읽은 비율
  • 퀴즈 정답률 — 70문제 누적 정답률
  • 연속 학습일 — 하루라도 빠지면 0으로 리셋
  • 완료 챕터 — 7개 중 모든 섹션을 끝낸 수

그 아래 오늘의 할 일 카드가 복습 대기 수, 진행 중인 챕터, 다음 챕터를 안내한다. 뭘 할지 고민하는 시간이 없다.


이렇게 사용하세요

시작하기

econipass-domain.pages.dev에 접속한다. 모바일이라면 "홈 화면에 추가"로 네이티브 앱처럼 쓸 수 있다. 설치 없이, 회원가입 없이, 바로 학습을 시작한다.

추천 학습 루틴

  1. 읽기 — 챕터를 선택하고 학습 탭에서 섹션을 순서대로 읽는다. 모르는 용어가 나오면 탭해서 발음과 뜻을 확인한다.
  2. 풀기 — 퀴즈 탭에서 문제를 푼다. 오답은 자동으로 다시 나온다.
  3. 외우기 — 어휘 탭에서 플래시카드를 돌린다. 발음을 듣고 뜻을 떠올려본다.
  4. 복습 — 다음 날부터 복습 탭에 기한이 된 문제들이 나타난다. 하루 5분이면 충분하다.

여러 기기에서 사용하기

설정(우측 상단) → 이메일 입력. 다른 기기에서도 같은 이메일을 입력하면 진도, 퀴즈 점수, Leitner Box 상태가 자동 동기화된다.

키보드 단축키

동작
1~`4` 퀴즈 보기 선택
O / X O/X 문제 선택
Enter 다음 문제
어휘 카드 이동
Space 어휘 의미 확인
Esc 홈으로

마치며

도메인 전문가가 되겠다는 거창한 목표로 시작한 건 아니다. AI 전환 프로젝트에 합류한 개발자가 기존 시스템의 언어를 빨리 익혀야 했을 뿐이다.

매일 출근길에 한 챕터씩, 점심시간에 퀴즈 한 세트씩. 한 달 정도 지나니 코드 리뷰에서 "이 필드명은 Scope 3 Category 7(직원 통근)이니까 commuting_emission이 더 명확하지 않을까요?" 같은 의견을 낼 수 있게 됐다.

도메인을 아는 개발자와 모르는 개발자의 차이는 코드의 품질이 아니라 의사결정의 품질에서 나타난다. 그리고 그 차이를 만드는 데 필요한 건 대단한 것이 아니라, HTML 파일 하나와 매일 5분이면 된다.